작성일 : 19-04-26 07:28
나사빠진 SH공사…성추행 '쉬쉬' 사장은 '늑장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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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SH사옥 전경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서 인사담당 고위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를 숨긴채 가해자를 해외 출장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나 성추행 자체를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SH공사에서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1일 저녁

그러나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건 피해자 3명 가운데 누군가 서울시의회(도시계획위)로 보낸 등기우편(투서)이 도착한 23일이고, 다음날 시의회에서 안건으로 논의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성추행이 발생한 지 12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회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SH공사 감사실에서 뒤늦게 4명의 목격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와관련해 피해자 A씨는 의회에 보낸 투서에서 "21일 대의원대회 때 이 모 처장의 성추행 사실이 직원들에게 소문으로 퍼졌고 사장과 감사에게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장, 감사, 노조위원장, 노동이사 등 모두가 사실을 숨기려고만 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서울시의회)피해자와 공사 다른 여직원들에 따르면, 이 처장의 사건 당일 행위는 의심의 여지없는 성추행으로 보여진다.

충남 대천의 한 호프집 술자리에 참석한 이 처장은 옆자리에 앉은 여직원이 싫은 내색을 했지만 계속해서 허리를 껴안고, 쌀쌀한 날씨 탓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여직원에게 다가가서는 직원의 주머니 속으로 자신의 손을 억지로 쑤셔 넣었다고 한다.

이에 여직원이 "뭐하시는 거냐"고 항의하자 이 처장은 "가만히 있어"라고 얘기하며 여직원의 손을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3명의 여직원이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성추행과 관련해 SH로부터 보고를 받은 한 시의원은 "회사가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즉시 당사자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신속한 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SH공사는 계획된 해외출장까지 보내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고 당연히 적절한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SH공사 김세용 사장은 사건 발생 5일째인 16일 보고를 통해 성추행사건을 인지했지만 다음날로 예정된(17일) 이 처장의 독일연수를 그대로 보낸 것으로 나타나 사내에서조차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SH공사 직원은 "이 처장은 공사 내에서 성폭행과 관련된 실무 관리책임자 신분이지만 관리는 고사하고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런(성추행) 일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참다 못해 의회로 경위서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의회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직원들은 사내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누구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SH공사 노동이사는 이 처장의 성추행을 제지하려했지만 정작 다음날에는 "술을 먹어서 모른다"며 사건진상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피해 여직원들은 의회 경위서에서 "자신들을 대변해야 할 노조위원장 조차 수련회에서 발생한 성추행에 대해 모른척 눈감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SH공사가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고 당사자에게 물렁한 처분을 내린 사이 피해 여직원들은 피해 신원은 고사하고 2차 피해를 입게될까 불안감에 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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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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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 성경전래지기념관’충남 서천 ‘한국최초 성경전래지기념관’ 전경.
25일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엔 서풍이 불어왔다. 출어를 앞두고 어구를 정리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작은 포구를 생기있게 만들었다.

1816년 9월 4일 이 포구에 영국 해군 알세스트호와 리라호가 닻을 내렸다. 영국군의 배에 오른 건 이승렬 현감과 조대복 첨사(무관)였다. 양국 군인과 관료는 상대방의 문화에 호기심이 컸다.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굳게 닫혔던 조선의 빗장이 잠깐 풀리는 순간이었다.

두 배의 함장 바실 홀과 머레이 맥스웰은 이튿날인 5일 조 첨사에게 선물을 전한 뒤 영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남긴 선물의 비밀이 마량포구 맞은편에 있는 ‘한국최초 성경전래지기념관’(관장 이병무 목사)에 감춰져 있다.

이병무 관장의 안내로 기념관을 돌아보니 마치 1816년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서다. 외부와 단절됐던 조선이 서양과 처음 만났던 순간의 극적인 분위기가 기념관 곳곳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도 한몫했다. 기념관은 이야기 창고 같다. 연간 6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관장의 설명이다. “순조실록과 홀 함장, 군의관 존 맥레오드의 항해기에 1816년 마량포구에서 있었던 일이 기록돼 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실도 사료에 남아 있죠. 영국 측 기록엔 성경이 전해졌던 순간도 자세하게 남아 있습니다.”

조 첨사가 알세스트호에 두 번째 올랐던 1816년 9월 5일 그는 배의 서재에서 ‘장정이 유달리 크고 아름다운 책’을 보고는 “좋다”고 연호했다. 이 모습을 본 맥스웰 함장은 조 첨사에게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이 바로 킹 제임스 성경이었다.

이병무 관장이 1611년판 킹 제임스 성경을 소개하는 모습. 이 관장은 이 성경이 1816년 마량포구에서 영국군이 조대복 첨사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판본이라고 설명했다.

기념관 3층에 올라가자 높이 45㎝, 폭 34㎝의 가죽 장정을 한 성경이 눈에 들어왔다. 선물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 성경은 1611년 출판된 원본으로 2016년 서천군이 기념관을 설립할 때 미국에서 구입했다. 이 관장은 “감정가가 3억원이 넘으며 전 세계에 몇 권 남아있지 않다”고 귀띔했다. 성경 외에 홀과 맥레오드의 항해기 원본도 전시돼 있었다.

이 관장은 “1885년 입국한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보다 69년이나 앞서 우리나라에 성경이 전해진 셈”이라면서 “영국군을 우리 서해안으로 이끌고 이들이 조 첨사에게 성경을 전한 것 등 모든 게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자들도 조선과 서양의 첫 교역품이 성경이었다는 사실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용규 총신대 교수는 “영국 해군의 항해일지를 보면 조 첨사에게 전했던 책은 성경이 확실하다”면서 “당시 화려한 장정으로 감싼 성경이라면 킹 제임스 성경 초판인데 서양과 주고받은 첫 물품이 성경이란 사실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그는 “기념관에 전시된 킹 제임스 성경은 매우 희귀한 사료로 교인이라면 꼭 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마량포구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기념관 뒤편 언덕엔 아펜젤러순직기념관도 있다. 차로 2~3분 거리엔 동백나무 숲과 해양박물관이 있다. 매년 마량포구에서 열리는 해돋이 축제엔 1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기념관은 매주 수요일 휴관한다.

서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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