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4-23 17:22
<포럼>정책 시정 없는 ‘추경 땜질’은 헛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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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추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금융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였던 2.6%를 소폭 낮추려고 준비 중이다. 그런데 국책 연구기관들의 수정치가 놀랍게도 0.1%포인트에 수렴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불안해 보인다. 과연 이런 전망치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외국 기관들이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시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장 비관적인 예측은 영국계 시장 분석 기관인 IHS마킷이다. 이들은 올해 전망치를 1.7%까지 낮췄고, 글로벌 시장의 양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 기관들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국내 기관들은 모두 0.1%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할 것처럼 보인다.

국가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기업과 소비자이고, 이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경제성장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기업 사정부터 살펴보자. 기업이 왕성하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반도체 특수를 누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들은 근래 들어 거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은 1999∼2007년에는 연평균 4.16%로 높아졌지만, 2008∼2016년에는 1.8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10%를 능가하는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치명상을 줬다. 더 안타까운 것은, 무리하게 인상한 최저임금 덕분에 양대 노총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를 제외한 대다수 취약 근로자는 실질소득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

그러면 소비자 사정은 어떠한가? 우선, 가계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현재 추정 가계부채는 약 2000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소 낮아졌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란 복병이 숨어 있다. 물가상승률은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물가상승률도 1.5%대이고, 주요국 중에서 우리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낮은 나라는 0.2%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뿐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질수록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실질적 부채 및 이자 부담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9년 1분기 경제 상황만 보면 기업과 소비자의 사정은 더욱 걱정스럽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영업이익을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가격 하락 추세가 당장 돌아서기도 힘들어 보인다. 소비자들은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에 역전세난은 물론이고, 집주인이 오히려 월세를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세간의 말과는 달리, 요즘 건물주들은 임차인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가 준비하는 추경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 기조를 혁신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국 경제는 솔로몬의 지혜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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