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4-23 08:57
효소 닮은 ‘불균일촉매’ 세계 첫 개발…수소 생산 효율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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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IBS 연구진, 효소의 작동원리 닮은 재활용 가능 고체촉매 개발 ]

개발된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모습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를 수소 생산 반응에 적용했다. 물과 메탄올을 섞은 반응물에 개발된 촉매를 넣고 빛을 가하면 수소가 생성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기존 촉매 대비 수소생산 효율을 33배나 높였다. 사진 속 기포는 수소가 활발히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사진=IBS

생명체가 제한된 식량에서 풍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은 효소다. 생체촉매인 효소는 수천만 년에 걸쳐 점점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도록 발전해 왔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저비용 고효율’ 발전을 위해 효소의 작동원리를 닮은 저렴한 촉매가 필요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 제어소재 연구단 단장(서울대 교수) 연구팀, 김형준 카이스트(KAIST) 교수팀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효소와 유사한 '불균일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소 생산 효율을 기존보다 50% 이상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몸의 효소와 작동원리가 유사한 불균일촉매를 개발하고, 효율이 높은 균일촉매와 저렴하고 재활용 가능한 불균일촉매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촉매를 제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많이 사용되는 균일촉매는 효율이 높지만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 친화적이지 않고, 불균일촉매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저렴하지만,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균일촉매와 불균일촉매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 효소의 작동원리를 모방한 불균일촉매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일촉매는 촉매가 반응물 및 생성물과 동일한 상(相)을 가질 때를 말한다. 촉매와 반응물, 생성물이 모두 다 용매에 녹아있다. 반면 불균일촉매는 반응물과 생성물이 기체나 액체상태인 것과 달리 고체상태로 상이 다르다.

효소는 주변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꿔 활성점을 만들고, 이 활성점을 중심으로 특정 물질과만 선택적으로 높은 효율로 반응한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TiO2) 니노입자 위에 구리 단원자를 올려서, 효소처럼 작동하는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를 개발했다.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 설계 과정

연구진은 이산화티타늄 광촉매 위에 구리 단원자를 가장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위치를 이론적으로 파악했다. 이후 이산화티타늄 층에 구리를 얹고, 열적으로 안정한 이산화실리콘으로 감싼 뒤 고온에서 열처리해 촉매를 완성했다/사진=IBS

연구진은 개발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에 빛을 가하면, 이산화티타늄과 구리가 전자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하고, 이 과정에서 구리가 이산화티타늄의 구조를 가역적으로 바꾼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가역적인 변화로, 촉매반응이 끝나면 이산화티타늄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구리 단원자는 의사소통의 매개체이자 촉매의 효율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단원자는 모두 촉매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 덩어리 형태(벌크)의 촉매에 비해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후 연구진은 개발한 촉매를 광합성 수소 생산 반응에 적용했다. 물과 메탄올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서 새로운 촉매는 가해진 빛 에너지의 40% 이상을 수소 전환에 사용하는 뛰어난 생산 효능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은 값비싼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슷한 효율임을 보여준 것이다.

값비싼 백금 대신 구리를 사용해 경제적인 동시에 반응에 쓰인 불균일촉매는 다시 회수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는 불균일촉매의 가장 큰 단점인 낮은 효율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수소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공정에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택환 단장은 “개발된 촉매를 물을 햇빛으로 수소로 생산하는 광촉매반응에 적용하면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값싸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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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등 국내 공동연구진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 최초 개발
저비용·고효율·친환경 ‘세 마리 토끼’ 잡아
수소 경제 핵심인 수소 생산방법 개선 기대
투명한 원통에 물을 담고 그 속에 백색의 촉매를 넣은 후 빛을 가해줬다. 그러자 흰색 촉매가 빠르게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표면에서 작은 기포들이 다량 생성되기 시작한다. 마치 투명한 탄산음료를 흔들어 놓은 것 같이 공기 방울이 계속해서 수면으로 올라온다. 빛을 내던 전구의 스위치를 끄니, 그제야 기포 생성이 멈췄다. 이 작은 공기 방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소.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2030년 수소경제 상용화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현재까지도 경제성있는 수소생산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몸속 효소의 원리를 모방해 수소 생산 효율을 기존대비 50% 이상 높인 ‘광(光)촉매’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기존 백금 소재의 광촉매를 구리로 바꾸고, 이를 원자 단위로 쪼개 수소생산 효율을 높였다. 햇빛과 물만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을 비롯한 국내 공동연구진은 21일 이같은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료가 저렴하고 효율이 뛰어나 향후 수소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주도한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수소 경제가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전지로 저장하는 기술이 필수”라며 “그 시작점인 수소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수소 경제는 출발점에조차 설 수 없다”며 관련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수소경제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가장 중요한 수소 생산 방식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구리/이산화티타늄 소재의 수소 촉매는 구리 원자를 이산화티타늄 촉매 위에 모래처럼 흩뿌려 수소생산 효율을 높였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이번 새로 개발된 광촉매는 희귀하고 값이 비싼 백금 대신 구리를 사용해 경제성과 수소생산 효율이 높다.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구리를 원자 단위로 분리한 후 이산화티타늄 위에 모래처럼 흩뿌려, 전달받은 빛의 40% 이상을 수소로 전환하는 고효율의 촉매를 개발했다”며 “신형 촉매 1g은 시간당 약 30m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순수 이산화티타늄 촉매만 사용했을 때보다 생산성이 무려 33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 몸 속의 효소에서 촉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 단장은 “가장 효율적인 촉매는 바로 사람의 효소”라며 “섭씨 37도의 상온과 1기압의 일상적인 환경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효소를 정확히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현재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생수소’ 경우 700~1000도, 3~25기압 수준의 고온·고압 환경에서만 생성되지만, 신형 촉매는 효소와 같이 물과 햇빛 등 일상적인 환경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특히 부산물이 산소뿐이고, 구리 촉매는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는 기존 분자수준에서 수소 변환을 유도한 촉매와 달리, 원자단위로 떨어져 있어 원자 표면 전체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만큼 효율이 높다. 분자 수준에서는 촉매 표면에서밖에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남 교수는 “기존 촉매는 분자 수준으로 크게 뭉쳐있어 분자 표면에서만 반응이 일어나지만, 원자를 따로 떼어놓으면 원자 표면 전체에서 반응이 일어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원료가 된 이산화티타늄과 구리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경제성·환경성·효율 세 가지 토끼를 잡은 연구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진은 “생산된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연료전지로 만드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수소경제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관련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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