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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이른바 ‘자사고 죽이기’ 정책에 제동을 거는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고교 평준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한 자사고는 그동안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선발해 왔다. 그런데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를 일원화하고,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자사고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학생 혼란을 막기 위해 우선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를 유예했다가 이번 결정을 통해 중복 지원의 금지가 위헌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의 의의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서, 자사고 폐지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첫째, 헌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우선시했다. 그동안 현 정부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입시 경쟁을 유도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사고를 거의 비윤리적 집단으로 매도하다시피 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교육부의 중복 지원 금지 조치가 위헌이라고 판결함은 물론, 이 조치를 “우수 학생의 자사고 진학을 정부가 막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하기까지 했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원 일치로 내려졌다.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을 부정하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 선발을 제도화한 조치에 대해서는, 비록 합헌 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관이 과반선(5명)을 넘었다. 바꿔 말하면, 다수의 헌법재판관이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을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 헌재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공교육의 수준 향상과 교육의 질적 제고에 대해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한 기관인 헌재가 교육부를 포함한 교육 당국에 대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훈계한 셈이다. 교육 당국자들은 다수의 국민이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교육부의 관료들은 그들의 전문성이 침해받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으나, 정권의 부침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교육정책들이 전문성에 기초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문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신입생 선발 제한을 통한 자사고 말살이 어려워지자 좌파 교육감들이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를 시도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각 교육청은 올해 기준 점수를 기존 60점에서 70∼80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가혹한 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시도야말로 반(反)교육적이다. 이에 자사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은 “평가 기준을 자사고 측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밀실에서 만들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공정성과 형평성도 상실한, 오로지 탈락만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자사고 교장단에서는 그동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수차례에 걸쳐 부당한 평가 기준을 바로 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일방적으로 묵살됐다.
아직도 자사고 폐지에 몰입하는 교육 당국자들은 차제에 헌재의 결정에 내포된 의미를 깊이 새겨보기 바란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삼권분립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이다. 이를 무시하는 행정력의 전횡은 독재와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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