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07 22:27
세 가족 연 소득 1억원?…정부가 외면한 '통계의 함정'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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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현실은 '팍팍' 왜
많이 걷힌 세금에 환율 하락 효과 더해진 '착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가 국민의 경제 괴리감을 더욱 깊게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통계가 결과로 보여지는 수치에만 매몰된 나머지 이런저런 함정들을 외면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는 상징성에 취하기보다는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149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으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다. 이로써 2006년에 2만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12년 만에 3만달러 대로 올라서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침내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완전히 올라섰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이 같은 국민소득은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에게 다소 멀어 보이는 액수다. 지난해 1인당 GNI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449만4000원 정도인데, 이런 기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3인 가구의 연 소득은 1억348만2000원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실제와 수치 사이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는 원인은 우선 그 계산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인당 GNI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소득까지 모두 더한 다음 전체 인구수로 나눠 산출된다. 즉, 국민 개인이 번 돈만 따진 금액이 아니란 뜻이다.

특히 지난해 국민소득 확대에는 정부의 소득, 즉 세금이 많이 걷힌 효과가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279조9000억원으로 전년(251조9000억원)보다 11.1%(28조원) 늘었다. 마지막 한 달을 채우기도 전에 이미 연간 목표치인 268조1000억원을 넘어선 수입이다. 12월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초과 세수는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다른 가계와 기업 등 다른 경제주체들의 소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를 감안한 명목 GDP가 IMF 사태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전년 대비 3.0% 증가에 그치면서 외환 위기였던 1998년(-1.1%) 이후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를 고려하면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이나 기업의 영업이익 등의 성장세는 좋지 못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국민소득에서 가계의 비중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체감 국민소득이 한층 적게 다가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국민소득 대비 가계소득의 비중이 2017년 기준 61.3%에 그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가운데 개인의 몫은 채 2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앞서 1인당 3만달러 고지를 밟은 대표 선진국들의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70% 중후반 대에 이른다. 그 만큼 국민소득에 대해 가계가 느끼는 격차는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의 비율은 미국이 79.0%, 영국이 75.2%, 독일이 73.0%, 이탈리아가 72.6% 등이었다.

환율도 통계상으로 비춰지는 국민소득을 끌어올린 요소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연평균 2.7%나 떨어졌다. 반대로 그 만큼 원화의 가치는 올라간 셈이다. 그런데 1인당 GNI는 원화로 계산된 금액을 달러로 바꿔서 계산한다. 이 때문에 소득은 그대로더라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국민소득은 자연스레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원화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전년(3363만6000원) 대비 2.5%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달러로 보면 같은 기간(2만9745달러) 대비 5.4%나 증가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소득 확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지표들 곳곳에서 소비 위축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측면은 일반 시민들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물가 등을 고려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1.0% 늘어나는데 그쳤다. 실질 GDP 성장률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완연한 둔화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간극은 커지고 있다. 경제 심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9~10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해 12월 1.3%로 추락하더니 결국 0%대로 진입했다. 이런 와중 지난 1월 체감 물가 상승률은 2.4%로 소비자물가와 큰 격차를 보였다.

소득 양극화도 3만달러 시대가 다른 나라 소식처럼 들리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에 속하는 2인 이상 가구(최하위 20%)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7.7%나 줄며 역대 최대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같은 기간 10.4% 늘었다.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GNI 3만달러를 가지고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잣대"라며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늘면서 체감 경기와는 심리적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 경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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