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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를 향하여’ 펴낸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삼열 이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화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삼열(78) 이사장의 ‘평화체제를 향하여’(동연)는 1980년대부터 한반도 평화 정착에 앞장서온 한국교회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550여쪽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평화통일 운동과 남북 교회 간의 대화, 대북통일 정책, 동·서독의 평화체제와 통일의 교훈까지 방대한 내용을 실었다. ‘평화체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대화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 독일에서 유학하며 세계교회협의회(WCC) 도시농촌선교부 협동간사를 지냈다. 1982년 귀국해 숭실대 철학과 교수로 지내며 NCCK 통일위원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88년 한국교회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에 이어 95년 ‘평화와 통일의 희년선언’ 초안을 작성한 것도 그였다.
그는 “88선언 이후 교계에서 강연하며 ‘평화체제’라는 말을 내가 처음 썼다”며 “당시는 교계나 정치권에서 평화정착이라는 용어를 쓸 때”라고 했다. 그는 정전협정을 넘어선 평화협정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상호불가침만 약속하자는 취지의 평화정착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일의 평화학자 디터 젱하스가 말하는 ‘위협체제(Drohsystem)’의 대안으로 ‘평화체제(Friedensshstem)’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그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화 상태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원인을 모두 없앤 상태를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다시는 전쟁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평화체제는 증오와 갈등, 차별과 억압 같은 구조적 폭력을 제거해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사회 구조와 평화의 문화가 정착될 때 가능한 체제이다.
그는 “당시 통일연구논문집에 처음 평화체제란 말을 쓴 뒤 학자들이 인용하기 시작하더니 92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평화체제를 향해서 가겠다고 연설하면서 공식적인 정책 기조로 자리 잡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의 뜨거운 이슈 때문에 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구체적인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평화체제의 구체적인 개념을 확립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평화체제의 길을 헤쳐 나가려면, 평화의 개념과 방법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함께 평화를 저해해온 반평화적 현실과 구조에 대한 역사적 반성 등 심도 있는 인문학적 성찰이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협력 및 교류·왕래는 활발해질 수 있지만, 남남갈등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면서 혼란과 고비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런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고 이해하고 설득하며 한반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회의 사명이 될 것”이라며 “이념적·정치적 대결을 풀어낼 평화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00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유네스코 관련 업무를 12년간 했다. 교과서 제작을 위한 인쇄기를 북한에 보내는 등 남북교류에도 힘을 쏟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이 된 이후엔 진보와 보수 진영 간 대화뿐만 아니라 ‘은빛순례단’ 평화운동도 펼쳐왔다. 은빛순례단은 한국전쟁을 경험한 60세 이상 어른들이 분단 70년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전국을 다니며 50대 미만의 세대와 대화하고 평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순례 여행이다. 도법 스님, 이부영 전 의원과 함께 1년간 전국 108개 도시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한국전쟁을 경험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북한의 적색 이데올로기는 절대 안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교류·협력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하다 보면 북한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점점 완전한 평화체제가 돼가다 보면 국가적 통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평화체제란 통일 포기가 아니라 통일 유예란 의미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의 기독교인이 진정한 신뢰 회복과 화해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죽이고 교회를 핍박했던, 무신론을 부르짖는 북한 사람들과 어떻게 화해하느냐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한 기독교인과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진정한 화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진실은 밝히면서 잘못된 것은 용서하고 회개하는 과정을 거쳐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고 예수가 가르쳐 준 교훈”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88선언’과 ‘희년선언’ 등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알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 같은 역사가 더 널리 알려지고 기독교인의 사명을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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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 "트럼프-김정은 신뢰, 큰 자산" [이재호 기자(=하노이)]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와 관련, 양측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의지가 강하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비핵화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현지 시각) 하노이에 위치한 한국-베트남 디자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영변 시설의 완전한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은 모든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조치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차이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추가적 조치,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의 제재 해제가 출구이지만, 이번에 일부 합의를 하고 다음 번에 완전히 조치하자고 합의를 할 수는 없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제가 듣기로는 (북한이) 제재 전체를 다 해제해 달라고 했고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상은 나가지 못하는 것이 북한 입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제가 한 것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이 우리한테 설명해준 것에 대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것이다. 아직 북한의 입장은 들어보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제재의 전면 해제를 교환하려 했다면, 북한에게 협상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과거에는 줄거리를 잡았다면 이제 세부 내용으로 들어왔다. 이런 초기 단계에는 최대치로 이야기할 수 있다"며 "그걸 가지고 의지가 있다/없다(고 이야기 하기엔)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을 하는 선에서 이번 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많은 부분에서 근접이 이뤄졌고 비핵화 빼고 다른 몇 가지 부분인데 정상이 만나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답했다.
북미 양측이 어떤 부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는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상응 조치인 종전선언과 평양 내 미국 연락사무소 등에 대해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접점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결국 결렬됐지만 이 당국자는 북미 간 협상을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언급했지만 회담 자체를 긴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협상이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측 정부 당국자로부터 "결과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번에 구체적으로 결과는 없었고 공동 성명 서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측도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고 하고 있다. 상당히 차분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협상 계속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 미국은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고 빠른 시일 내 재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며 "우리 측으로서도 모든 과정에서 깊이있게 공조가 이뤄졌고 역할을 살펴봤다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 기간이 더 길었다면 양측이 합의에 근접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시간을 5년 준다고 해서 결단을 내리는 건 아닐 것"이라며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서로가 자기 입장 이야기 하고 내가 이런 조치 취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믿음과 이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가 있다는 것은 자산이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최소 신뢰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나"라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양 정상이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하노이)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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