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5인 합동토론회에서 "미국이 선제타격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대선주자의 답을 듣기 전에 여러분의 답을 생각해보시지요. 저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답을 따라야 하거든요.
답은 "미군이 까라는대로 까야 된다."입니다. 선제타격이라는 전쟁행위가 발발했으니 이후부터는 전시작전권을 미군이 갖습니다. 한국은 미군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장기말이 됩니다. 총알받이로 국군을 내몰라 해도 따라야 합니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걸 감수하겠다 해도 따라야 합니다. 여기로 가라면 여기로 가고, 저기로 무기를 보내라면 저기로 보내야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것뿐입니다.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어요.
그러면 대한민국의 운명을 누가 결정합니까? 결정권자인 미군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입니다. 돌아이 같은 트럼프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누구를 죽이고 살릴지, 얼마나 죽이고 살릴지, 우리는 관여할 권한이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트럼프가 까짓꺼 한반도 다 포기하고 죽든말든 버리라고 하면 우리는 죽는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지전능한 미국느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기도하는 것뿐이네요. 과연 트럼프가 그럴만한 "건강한 인성과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말입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21세기 들어 민주정권의 노력으로 전쟁 위협이 없이 평화롭게 살다보니 아무도 전쟁을 실감하지 못하며 태평하게 살고 있는데,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불거지고 나니 대한민국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장기말 신세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것을 바꿀 수 없다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전작권은 즉각 회수하는 게 맞는 겁니다. 전쟁은 없어야 하지만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그 결정을 직접 해야하는데, 선제타격론에서 보듯이 미국이 결정하고 미국이 하라는대로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이 같은 대통령이 등장해 깽판을 쳐도 이를 막을 힘이 없고, 돌아이 같은 결정에 따라야만 합니다. 대화를 하든 전쟁을 하든 그 결정은 한국이 직접 해야 하는 당연한 상식이 통했던 정부는 여지껏 노무현 정권이 유일합니다.
자, 그래서 대선주자 5인은 뭐라고 답했나요? 홍준표는 "이 참에 전쟁 벌여 국토수복하자"고 했고, 유승민 안철수는 "군사태세를 확실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모두 선제타격에 반대하지만 만약 발생하면 미국이 벌이는 전쟁판에 동참하겠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재인은 "선제타격을 막아야 한다"는 말만 합니다. 그것 외에는 답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전작권이 없으니 미국의 전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상정은 "전쟁을 반대할 것이다"고 말합니다. 죄송하지만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아무도 "전작권이 없으니 미군이 까라는 대로 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이 답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알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나보지요. 문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심상정만큼은 "그러니까 전작권도 즉각 회수해야 한다"고 해줄 줄 알았는데 (기사로만 보아 전체 워딩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네요. 애당초 질문의 판 자체가 안보팔이를 위해 세팅되어 있으니 모두가 그 위에서 놀아나는 모양새입니다.
선제타격론이 선거를 위한 찌라시임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런 안보팔이용 찌라시가 대한민국 안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무런 결정조차 할 권한이 없는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당신이 "보수"나 "우익"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판에 이야기되어야 할 논제는, 사드 배치를 찬성하느니 반대하느니 같은 지엽적인 논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돌아이가 쥐고 있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현실의 개혁을 논쟁해야 됩니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모두 그래야 할 당위가 있습니다.